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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윤선 칼럼> 한식의 정체성, 생명사상과 약식동원

핵가족화가 심화되면서 싱글, 2인 가족이 대세가 되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집 밥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이 자리를 온갖 가공 식품과 편이 식품들이 차지하게 되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편의성과 입맛에 따라 식품을 선택하다 보니 심각한 영양 불균형 상태의 영양 취약 집단이 늘어만 가고 있다.


어린 아이들까지 앓고 있다는 생활 습관병! 고 열량, 고지방, 영양 불균형으로부터 오는 비만, 당뇨, 심혈관 질환, 고혈압은 모두 같은 뿌리에서 시작된 대사 증후군이다. 이는 첨단을 달리고 있는 현대 의학도 어찌할 수 없어, 생활 습관을 수정해야만 하는 ‘생활 습관 병’이라 명명되었다.


잘못된 생활 습관으로 인해 발생하고 진행되는 질병이라는 의미이다. 생활 습관 중 가장 큰 영항을 주고 있는 습관이 매일 매일 몸속으로 들어가는 음식들, 즉 식습관이다. 


현대인들은 음식의 풍요라는 축복을 받은 유일한 세대이지만, 이 축복을 재앙으로 몰고 가는 세대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 식문화의 근간을 이루어 왔던 식품에 대한 예의와 가난을 슬기로 극복한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되짚어 보면서, 지금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의 진단과 처방의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한다. 


생명사상 : 식품은 또 하나의 생명체이다.

생명사상이란 음식을 단순한 먹거리, 배를 채우고 미각을 만족시키는 탐욕의 대상이 아니라, 또 하나의 생명체로 대접하는 것이다.


식품은 자연이 인간의 건강을 위하여 기꺼이 허락한 또 하나의 생명체들이며, 인간도 자연계에 존재하는 생명체의 순환 고리 중 하나이다. 따라서 음식을 남용하거나 생태계의 조화를 파괴하는 행위가 허용될 수 없다는 이치이다. 우리 조상들은 이러한 철학으로 쌀 한 톨도 귀히 여기며 음식의 소중함, 감사함 그리고 절제를 몸소 실천하였다.


무엇보다도 쏟아져 나오는 편이 식품들 앞에서 조상들이 옳다고 여겨왔던 음식에 대한 예의는 보릿고개 시절에나 통했던 궁색한 현실 합리화에 불과한 낡은 가치가 되었다.

 
그러나 또 하나의 생명체인 음식에 대한 경시와 탐욕의 대가는 바로 지금부터 세대를 거쳐 가며, 두고두고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무서운 재앙을 초래할 것이다.


약식동원 : 음식으로 건강을 지킨다.

우리 어머니들은 음식이 곧 보약이라는 약(의)식 동원의 철학으로 가족들의 밥상을 정성껏 차리셨다. 먹거리가 턱없이 부족했던 그 시절에도 식재료와 조리법을 달리해 가며 가족들을 위한 건강 밥상을 차리기 위하여 동분서주하셨다. 그렇게 차려내온 밥상이 현대 영양학의 핵심인 균형식단이었다.


또 하나의 생명체인 식품에는 인간의 생명을 유지, 보전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영양소와 생리활성 물질이 있음을 스스로 깨달아 터득하실 만큼 가족 사랑이 극진하셨다.


"한술이라도 뜨고 가라, 끼니 거르지 말라, 밥 제때 챙겨 먹어라"등의 끊임없는 당부는 지금 우리가 건강한 식생활의 가장 중요한 지침으로 삼고 있는 식사의 규칙성을 강조한 과학적인 잔소리였던 것이다. 


산과 들을 헤메이며 제철에 나는 식물들로 자연에 가깝게 조리하여 음식을 만드는 기술을 익히셨으니, 이는 단순한 푸성귀가 아니라 인간의 몸을 살리는 기능성 식품들이었다.


대표적인 건강식품으로 세계에서 인정받은 김치와 대두 식품이 우리 밥상의 일상 식이었으니, 우리 전통 밥상은 말 그대로 ‘약식 동원’의 실천장이었던 셈이다.


한식의 건강성과 우수성은 익히 알고 있는 바이다. 그러나 달콤하고, 기름지며,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식품들의 유혹을 어떻게 뿌리칠 수 있을까?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지, 덕, 체와 함께 식생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학교 교육법을 제정하여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의 건전한 식습관 형성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조상들의 식품에 대한 철학과 예의를 후손들에게 전하고, 교육하는 것만이 무절제한 식생활 습관으로 인해, 무너져 가는 현대인의 건강을 제자리로 되돌릴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임을 다시금 강조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