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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진수 칼럼> 무상급식 이대로는 안 된다

국회가 내년도 정부예산 편성을 하면서 복지예산에 대해 여야 간에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여야가 함께 국가사업을 통해 국민의 행복증진을 위한 목표는 같은데 그 접근방법에 있어서는 다른 해법을 내놓고 있다. 정부여당은 국가재정형편을 고려하고 주요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재정소요가 큰 복지사업은 선별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야당은 무상급식은 공약사업이고 학교급식은 교육의 한 부문이므로 모든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급식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교급식이 있기 전까지는 학생들이 집에서 싸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으나 맞벌이부부가 계속 증가하면서 가정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학교에서 급식을 제공하게 됐다. 그러나 각종 선거를 치루면서 유권자의 표를 의식해 그동안 저소득층 자녀에게만 제공되던 혜택들이 대상자 모두에게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을 제공하겠다고 공약하게 됐다.


정부든 여야든 누구를 가릴 것 없이 복지의 속성을 잘 모르고 복지정책의 시행과 중단을 논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염려가 앞선다. 국가가 복지혜택을 공짜로 주는데 싫어할 사람이 누가 있고, 주던 복지를 빼앗는데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정부재정형편을 이유로 정부여당이 공무원연금을 줄이겠다고 하는데 어느 공무원이 찬성을 하고, 잘 주던 무상급식을 중단하겠다고 하는데 어느 학부모가 찬성을 하겠는가? 


한번 시행한 복지는 국민들이 권리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정치인이나 복지정책 입안자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 그래서 새로운 복지정책을 시행할 때는 국가의 재정여건과 사업의 타당성을 신중하게 검토한 후에 결정해야 한다.  


앞으로도 대통령선거든 단체장선거든 복지공약을 많이 하는 자가 당선되게 될 것이다. 나라를 염려하는 일부 국민들을 제외하고는 달콤한 복지정책공약에 현혹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국가론’에서 ‘이상국가란 국민에게 최대의 행복과 선한 삶을 누리게 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 헌법 제10조에서도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어느 정도의 복지가 국민에게 행복감을 줄지는 국가의 재정여건과 상황에 달려 있다고 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복지정책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무분별하게 정치인이 복지정책을 공약하고 정부가 무작정 이를 시행하게 됨에 따라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해당 복지정책을 시행한 정치인과 정부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내년도 국가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국회가 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내년에도 시행하느니 못하느니 여야 간에 논쟁을 벌이고 있다. 


복지 포퓰리즘은 앞으로도 선거과정에서 나타나 나라를 파멸로 몰고 갈 수 있으므로 이를 경계하도록 국민들은 늘 깨어 있어야 한다. 이미 시행한 복지정책의 폐단을 치유한 대표적인 사례는  영국의 경우를 들 수 있다. 


1976년 영국은 과도한 복지정책 시행으로 IMF 금융지원을 받는 처지가 됐다. 대처수상이 집권한 후에 모든 복지정책에 대해 대수술을 단행하게 됐다. 심지어 아이들 우유 값까지 줄이는 등 각종 복지혜택을 없애거나 줄여나갔다. 살기가 힘들어진 근로자를 비롯한 서민들의 저항은 나라를 혼란에 빠뜨렸으나 그 기조를 잃지 않고 추진한 결과 나라를 IMF로부터 구출하고 안정되게 만들었다. 그러나 아직도 그 때의 아픈 상처가 남아 얼마 전 대처수상이 서거했을 때 일부 국민들의 나쁜 감정이 표출되기도 했다. 


보편적 복지를 시행하는 나라들은 대부분 북유럽국가를 비롯한  세금부담이 높은 사회주의 국가들이다. 복지는 소득에 비례한 동일 세율로 내는 국민세금으로 이뤄진다. 보편적 복지는 국민들의  세금으로 시행되는 것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복지의 재원이 없으면 새로운 복지정책은 시행할 수 없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세금률이 낮은 우리 형편에서 보편적 복지를 시행한다는 것은 세금을 적게 내고 복지혜택은 많이 받게 하겠다는 앞뒤가 안 맞는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에도 경제정책이든 복지정책이든 내로라하는 우수 연구기관들이 있다. 선거를 통해 당선된 자가 공약으로 나라의 복지정책을 좌지우지 못하도록 정부는 이들 기관으로 하여금 장기복지플랜을 수립해 확정하고, 앞으로 선거 입후보자들이 일체 복지정책공약을 못하도록 못 박을 필요가 있다. 


국가 장기복지플랜은 시급한 복지정책부터 우선순위를 매겨  단계별, 연차별로 선별적 복지를 시행하고 재정여건에 따라 보편적 복지로 진행하는 순서를 밟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점진적으로 소득세율을 높이고 국가사업 중 고정적으로 크게 소요되는 사회간접자본시설예산이나 방위예산 등의 투자 필요성이 줄어들 때 보편적 복지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현재의 재정여건으로 볼 때 보편적 복지를 시작할 시기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무상급식을 공약한 정부나 지자체는 다른 사업을 포기하고서라도 약속대로 무상급식을 계속하든지 아무리 하려 해도 할 수 없는 여건이라면 당선되기 위해 잘못 공약을 한데 대한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선별적 급식을 할 수밖에 없음을 이해당사자에게 진심어린 사과와 양해를 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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